완벽한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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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완벽한 온도

잇새
출판사이지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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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적으로 홀로 여행길에 오른 재인은 불현듯이 내린 폭설에 뉴욕 주 산속에 조난하고 만다. 추위에 얼어버린 재인이 정신 차리고 눈을 떠 보니, 며칠 전 작은 신세를 진 낯선 남자의 품속이었다. 넓은 별장에는 잘생긴 남자와 개 한 마리뿐. 그의 넷째 손가락에 낀 반지가 신경 쓰이던 재인은 하룻밤 자고 가라는 달콤한 호의에 갈등한다.
저 남자는 과연 은인인가, 늑대인가.
그가 궁금해질수록 꽁꽁 언 경계선은 녹아드는데.

- 본문 중-

“얼마나 머물 건데요?”
“눈이 그칠 때까지요.”
존은 손을 멈추고 짤막하게 한숨을 쉬었다.
아까 일기예보를 보여주지 말걸. 제 곁을 내어주고 힘껏 안아줘도 내일 떠나겠다고 하는 고집스러운 한 마디에 목이 탔다.
그가 재인의 앞으로 다가와 눈꽃이 내려앉은 동그란 어깨 위에 입을 맞췄다.
“눈이 계속 내리면…, 요?”
가지 마.
못 이기는 척, 좀 더 있겠다고 말해.
“……못 가는 거죠.”
재인은 존의 시선을 피하며 옥상에 소복이 쌓인 눈을 쳐다보았다.
2월, 겨울을 종식하려는 듯이 퍼 부운 폭설. 하지만 머지않아 곧 녹아버릴 눈이었다. 하루라도 더 이곳에 남을 수 이유는 눈밖에 없었다.
그녀의 떨떠름한 대답에도 그는 환히 미소를 지었다. 마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바라는 아이처럼.
“눈이 영영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러게요.
하고 술기운에 간지럽게 웃으며 맞장구 칠 수가 없었다. 좀 전보다 사그라드는 눈발을 보며 이 충동적인 휴가의 연장선은 곧 끝나고 현실로 돌아갈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단 하룻밤만이라도 사랑할 수 있을까? 이 눈이 멈추기 전까지, 내 몸이 다 녹아버리기 전까지 만이라도 꿈결처럼 남자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그래. 일기예보는 매번 비껴가잖아.
부디 그의 바람이 그녀의 고집과 예감을 이기길 빌며 감미롭고 애틋한 입맞춤에 동조하기로 했다.
재인은 존의 목에 팔을 둘렀다.
“알았으니까, 지금 해보죠.”
“……?”
“사랑, 그거. 남은 하루가 아깝지 않게 해보자고요.”
재인의 입술이 존을 덮쳤다. 갑작스러운 신호탄에 그의 눈썹이 살짝 들리다가 이내 부드럽게 휘면서 턱을 비스듬히 기울였다.

※이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개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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