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
포도주를 따르던 별하의 손이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잔을 채우기 시작했다.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한,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 참 복잡한 관계가 이들 사이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그 중심에 별하와 해나가 서 있었다.
“그런데 왜 나와 결혼한 거죠?”
“…….”
아무 말 하지 못하는 해나의 모습에 습관처럼 코웃음이 쳐졌다. 이 여자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조건 때문에 결혼한 여자. 자신은 왜 이 여자는 다를 것이라 생각했던 걸까.


“사랑도 시간에 살아요. 그 사랑도 똑같이 자라는 거예요. 사랑의 크기가 커진다고 해서 자라는 거고, 작아진다고 해서 자라지 않는 게 아니에요.”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사랑을 하고 있는 여자, 나해나.

“당신은 생각 계속해. 난 이미 생각 끝났어. 노력? 그것도 하지 마! 그 노력 내가 할 거니까.”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사랑을 시작하는 남자, 강별하.

누군가에게 다가가기 위해 제 감정을 감추려는 여자와 제 감정을 드러내려는 남자.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시작한 한 연인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