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비친 그림자

뒤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이미지 설명
연재상태완결

제목물에 비친 그림자

출판사
응원16정가: -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감추기 급급해 누구도 불러주지 않을, 그 이름을 불러주는 네가 있기에 다행이었다. 그러니 가지 말거라.”

간신히 열린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말이 너무도 아팠다. 그에게 잡힌 손이 너무도 아팠다. 하지만 그 중 가장 아픈 것은 마음이었다. 이 가엾은 사람을 두고 떠나야 한다는 그 사실이 날 짓눌러 숨이 막혀왔다.

“단 한 순간도 네게 진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어찌 모를 수 있으랴. 오직 나만을 향하는 그 검은색 눈동자가, 꼭 부여잡은 두 손이, 이미 무너져버린 그의 얼굴이, 온몸으로 울부짖는 그 포효가 모두 외치고 있었다.

“제가 당신을 지켜드릴 방도가 이뿐입니다. 부디. 제발...... 강녕하십시오.”

툭하고 떨어진 것은 눈물도, 이미 놓아버린 손도, 멀어져가는 발걸음도 아니었다. 지탱해왔던 모든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지켜야하는 것이 생긴 순간, 그 누구보다 약자가 된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리 당하고도 또다시 빼앗기려 하고 있었다. 이미 꼬인 실타래는 이제 그만 잘라낼 것이며, 이미 깨어진 그릇은 이제 그만 버릴 것이다. 새로운 하늘을 열고 새로운 땅을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필히 내 곁에는 널 세울 것이다.


혼란의 시대가 도래 하여 왕좌가 뒤바뀌니 남녀가 뒤바뀌고 운명이 뒤바뀌었다. 폭군(暴君)이되 명군(名君)이고, 반역자(反逆者)이되 성군(聖君)이 될 지어니. 그 누가 백성을 위한다, 단정 지을 수 있겠는가.

같은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떠오른 순간 비극은 시작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