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 달빛에 반짝이는 잔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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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상태완결

제목윤슬, 달빛에 반짝이는 잔물결

출판사
응원71정가: -
사람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의 슬픔이 보이고 감정까지 고스란히 전이되는, 조금 이상한 능력을 가진 인기 드라마 작가 담주아(필명 윤슬),
천성이 다정하고 밝지만 정말로 슬픈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남자, 젊지만 내공 넘치는 실력파 톱배우 강휘,

비밀을 감춘 두 남녀의 감성적인 사랑 이야기.

*

‘우린 모두 많은 걸 잊으며 살아간다.
열세 살 여름 어느 날, 별 일도 아닌 문제로 잔뜩 혼이 나 서러운 마음에 무작정 집을 나섰던 그 저녁,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를 피해 들어간 동네 작은 슈퍼에서 초콜릿을 고르던 한 낯선 꼬마아이를 봤던 일이나,
사춘기 시절 노랗게 물든 나뭇잎이 가을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던 어느 일요일 오후, 무심코 바라본 건너편 길 벤치, 그곳에 앉아 마치 나를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게 만든, 눈이 예쁜 한 소년을 봤던 그 잠깐의 순간을, 서른이 넘어서까지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기억이란 언제나 잊히고 잊히고 잊히는 것이며, 기억이란 언제나 왜곡되고 왜곡되고 왜곡되는 것일 뿐이다.
강휘와 나도 그랬다. 어린 시절 어느 계절, 단 몇 달간의 짧은 날들이었지만, 우리 두 사람이 한 동네를 살며 서로가 서로를 몇 번이나 우연히 마주쳤는지, 서로가 그 서로였음을 까맣게 모른 채 그렇게 꽤 긴 시간을 흘려보냈고, 어쩌다 혹은 운명처럼 연인이 되었고, 그러고도 우리는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한 채 여전히 당시의 현재를 살아내는 데에만 열심히 몰두하고 있었다. 시간이 더 흘러야 알게 될 그 놀라운 사실...
내가 만약 당신의 슬픔이 아닌, 상처가 아닌 그저 당신의 행복을 볼 수 있었다면, 우린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랬다면, 그때 그 꼬마가 당신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나는 더 빨리 당신에게로 달려갈 수 있었을까?’ [ - 훗날 윤슬의 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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