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여자[외전증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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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설명

제목칸의 여자[외전증보판]

출판사시크릿e북
응원186정가: 100원
곡부득이소 : 울어야 할 것을 마지못해 웃는다는 뜻으로,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하게 됨을 이르는 말


몽고군에 대항하여 싸우는 고려군의 최전선에 연의 아버지가 선봉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열일곱의 연은 1년 전에 결혼한 부인과 깨를 볶으며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었지만,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아버지의 명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연의 마음이 상당히 무거워서 그는 전처럼 밝게 웃을 수만은 없었다.
“내가 아미 부인을 잘 보살필게. 너무 걱정하지 마.”
“전하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니 성은이 망극할 뿐입니다.”
“우리 사이에 너무 예 갖추지 말라니까. 내가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형 하나뿐인걸.”
율의 말에 연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으나 그의 눈에는 여전히 근심이 서려 있었다. 율은 그런 연의 감정을 느끼고는 이번에는 바다가 아닌 그를 향해 완전히 몸을 돌렸다.

하이산은 눈을 감고서 오래전 선화의 모습을 떠올렸다.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는 속으로 공주가 조금만 더 고려에서 버텨주기를 빌었다. 유가 어느 정도 대도에서 자리를 잡으면 그 아이도 이곳으로 보내라고 압박을 넣을 생각이었다.
“알았다.”
“네. 칸.”
하이산의 명에 메쟈는 고개를 짧게 끄덕이고는 사라졌다. 의자의 팔걸이를 검지로 툭툭 치던 하이산은 밖에서 고하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칸, 고려의 왕자 왕유가 들었습니다.”
“들라 하라.”
하이산의 명에 문이 열리고 준수한 얼굴을 가진 소년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소년의 얼굴에서 선화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고려의 왕자, 왕유가 위대한 제국의 지배자, 대칸께 인사를 올립니다.”
“그래.”
그는 가까스로 자신의 감정을 누르며 대답했다. 하이산은 소년의 얼굴을 보며 자꾸만 지어지려는 미소를 억제하기 위해 꽤 노력해야 했다. 하지만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온기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왕유를 직접 일으켜 세웠다.
“대도에 온 것을 환영한다.”
다시는 보지 못할 사람이 남기고 간 그 얼굴을 보며, 하이산은 아무도 모르게 웃었다. 그 얼굴은 그가 칸의 자리에 오른 후, 가장 밝고 즐거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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