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황후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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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상태완결

제목폐황후 마리아

출판사델피뉴
응원2,867정가: 100원
“이혼해 줘. 마리아.”

명문가의 여식으로 태어나 열다섯 살에 라스토니아 제국의 황후가 된 마리아.
제국의 황후로서, 한 남자의 아내로서 최선을 다해 살았건만
그녀에게 돌아온 건 처절한 배신과 가문의 몰락.
넝마가 된 그녀의 앞에 붉은 군대를 이끈 한 남자가 나타난다.

“빚을 받으러 왔다.”

용병들이 모여 건국한 헬랜드의 대왕 군터 플레이슬리.
황후에서 반역자로, 종국엔 라스토니아의 빚 대신 볼모가 된 폐황후 마리아는
그의 손에 이끌려 야만의 땅으로 향하게 되는데…….

* * *

“걱정 마라. 너는 내가 지켜 줄 테니.”

그때 군터가 마리아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그녀는 그제야 제 손을 잡은 붉은 사내를 제대로 쳐다보았다. 붉은 용 가면. 이 남자는 대체 누구일까. 기억이 엉망진창으로 뒤엉켜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렴 어때서, 누가 자신을 데려가 죽인들 무슨 상관이라고. 저만 살아남아서 부모님께 죄스러운 것을. 마리아가 황궁의 문을 막 지나던 찰나였다. 그녀는 불현듯이 걸음을 멈추곤 다시 돌아섰다.

“뒤돌아보지 마라. 과거다.”

군터의 말에도 마리아는 저 멀리 자신을 쳐다보는 헨리와 낸시를 응시했다. 그러곤 천천히 그들을 향해 다시 걸어갔다.

“마리아!”

군터가 부르는데도 마리아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되레 더 빨리 걸어가 헨리 앞에 섰다. 그러곤 흥분으로 들썩이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켰다. 마리아는 한동안 말없이 헨리를 바라보기만 하다가 천천히 그의 오른손을 잡았다.

“마리아…….”

복잡한 감정에 흔들리는 마리아의 모습에 헨리도 덩달아 흔들렸다. 예전처럼 사랑하진 않아도 가슴 한편으론 오롯이 밉지만은 않은 여자. 그것은 아마도 조금 남은 옛정이라는 거겠지. 그러니 이렇게 제 손을 잡으며 애틋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고.

마리아는 헨리의 오른 손바닥에 지그시 입을 맞췄다. 이내 장내가 웅성거렸다. 돌아가는 상황으로 보건대 마리아가 헨리를 죽일 놈이라 욕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마치 마지막 정을 갈구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마리아는 품고 있던 펜을 꺼내 헨리의 손바닥에 무어라 쓰기 시작했다.

<기다려, 내가 반드시 네게 천벌을 내릴 테니까. 이 살인마 새끼야.>

마리아는 리베리오가 준 펜으로 그의 손바닥에 마지막 제 마음을 쓴 뒤, 태연하게 펜을 챙기곤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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