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사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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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아내 사직서

최연
출판사로아
응원10.81k정가: 100원
아내, 사직합니다.

하늘처럼 높은 남자 최현서. 미우 그룹의 후계자인 그가 홍보팀 말단 대리인 태연을 불렀다.

“미우 F&C 그만두고 다른 데로 이직하면 어떻습니까?”
“지금 저 권고사직 당하는 건가요?”

권고사직은 팀장도 할 수 있는 거였다. 이렇게 높은 사람이 일개 대리의 사직을 권고하기 위해 불렀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순식간에 실직 수당을 신청하는 제 모습이 떠올랐다.
당황해서 아랫입술을 깨무는 태연을 보고 현서가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군. 그런 거 아닙니다. 스카우트 제의라고 생각하면 더 정확할 거 같은데.”
“스카우트요?”

엄마의 병원비로 회사가 끝나면 아르바이트까지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삶의 무게는 만만치 않았고 병원비를 충당할 수만 있다면, 조건만 좋다면 이직이든 뭐든 해야 했다.
태연은 최현서 이사를 응시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직 조건은 어떻게 되나요?”
“좋은 질문이에요. 협상은 그렇게 하는 거지. 상대가 어떤 패를 들고 있는지 알아야 하니까요. 생활비는 별도로 하고 연봉은 3배. 그리고 추가로 요구하는 것들은 얼마든지 청구하면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그런데 생활비가 별도라니?

“숙식해야 하는 건가요?”
“맞습니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건지….”

그가 그녀의 눈을 빤히 보며 아주 태연하게 말했다.

“곧 태어날 내 아이의 엄마, 내 아내직을 수행하는 일입니다.”

미우 그룹의 일원으로 혜택을 누리면서 최현서의 아내가 되는 직업이었다. 다른 여자의 아이를 키우면서.
태연은 그 엄청난 제안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몇 년간 짝사랑했던 남자만 아니었어도 덜 놀랐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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