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아류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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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상태완결

제목[BL] 아류 콤플렉스

출판사로즈힙
응원3,345정가: 100원
#첫사랑 #소꿉친구 #오해/착각 #동거 #애증 #초반 성장물 #일상물 #감정물 #집착공 #후회공 #동정공 #순정공 #짝사랑공 #공주(공포의 주둥이)공 #돈많공 #상처공 #속을 알 수 없공 #미남공 #짝사랑수 #도망수 #동정수 #자낮수>자높수/인성수(?) #수가 정상은 아님 #미인수

* 본 도서에는 가정폭력, 아웃팅, 가스라이팅 소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매에 참고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 본 도서에는 메시지 등 표준 맞춤법을 따르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 해당 글은 특정 기관, 단체, 인물과 연관 없으며 극적인 장면을 위해 실제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구호윤에게 박탈감이란 생소한 것이었다. 이재경이 전학 오기 전까지는.
노력도 없이 뭐든 잘하는 녀석이 얄미웠고, 그랬기에 괜히 건드려 보고자 접근했다.

입에 가시라도 돋친 듯 미운 말만 골라서 하는 이재경. 필요할 때만 찾아오는 못된 이재경.
그런 그가 이따금 다정하게 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만.
간헐적인 한때가 너무 좋아서, 시작된 짝사랑을 끝내지 못했다.

“제대로 구걸해 봐. 원하는 건 따로 있잖아.”
“없어.”
“혹시 알까. 내가 입맛대로 놀아나 줄지.”

마음이 까발려진 순간 당연히 끊어질 줄 알았던 기묘한 친구 관계….
호윤과 재경, 둘 중 서로가 더 간절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


“각서 쓰면.”
“응?”
“날 안 버린다는 각서에 지장 찍으면 믿어 준다고.”

언뜻 듣기에는 별것 아닌 제안이었다.
하찮은 종이 쪼가리 한 장으로 신뢰를 얻을 수만 있다면 백 장도 거뜬히 쓸 수 있었다.

“그럼 지금 쓸까?”

어차피 내가 널 버릴 일은 없을 테니까 자신만만하게 그러겠노라 외쳤다.
원한다면 열 손가락이고 발가락이고, 만족할 때까지 지장으로 도배해 주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무어라 쓰냐고 물을 필요는 없었다.
받아쓰기하듯 정갈하게. 뱉은 걸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글로 옮기기만 하면 됐다.
내심 뿌듯해서 읽어 보려던 차, 이재경이 종이를 가볍게 낚아챘다.

“줘 봐.”

들고 있던 볼펜을 그 커다란 손에 넘겨주었다. 네가 이름만 바꿔 같은 내용을 써 줄 거라는 한줄기 희망을 품어 봤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쉽게 바람이 닿을 리 만무했다.
이재경은 종이를 대충 말아 주머니에 꽂고서 손을 한 번 더 내밀었다.

“손.”

강아지를 대하듯 나긋한 어조였다. 홀린 것처럼 손을 얹으며 ‘아, 맞다. 지장.’ 중얼거렸다.
몇 초 앞을 몰랐기에 가질 수 있었던 여유였다. 네가 볼펜을 고쳐 잡았다고 생각했을 땐 이미 늦었다.
길고 뾰족한 심이 검지 살을 뚫고 끝까지 파고들었다. 그 안에 머무른 시간이 영겁 같았다.

“아, 아파. 너무 아파….”

손가락이 뜨거웠다. 피가 옹달샘처럼 퐁퐁 솟아난다. 두려움에 벌벌 떨다 마주친 시선은 건조하기 짝이 없었다.

“그거 알아?”

이재경이 볼펜을 땅에 떨구며 일어났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행태가 오만했다.
위압적인 분위기에 잔뜩 웅크리고 있으니, 머리에 부드러운 손길이 내려앉았다.


“지장은… 피로 찍어야 더 효력이 좋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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