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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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왕이 될 것이다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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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지독하구나, 네 사랑.”
“부디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윤허한다.”

잠시 고심하긴 했지만 오래지 않아 나온 왕의 짤막한 답에 세자가 길게 숨을 들이마시며 옷매무새를 다잡았다. 죽을 때 죽더라도 초라한 모습으로도, 추한 모습으로도 남고 싶진 않았다.

최소한 비겁하게 도망치진 않았다고, 용감하게 최선을 다해서 싸웠지만 그저 운이 좋지 않았던, 그런… 못난 지아비일 뿐이었다고. 최소한 빈궁에게 만큼은 그렇게라도 기억 될 수 있기를.

우악살스럽게 총을 잡아 쥔 세자의 손이 세차게 후들거리며 들어 올려지기 시작했다. 근정전에 모여 있는 수십 개의 눈동자들이 세자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서린 육중한 침묵 속에서 그나마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다리에 힘이 풀려 너나할 것 없이 풀썩 주저앉은 채 통곡을 하고 있는 동궁전 궁인들의 흐느낌 소리뿐이었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은 그가 결심했다는 듯, 굳게 다잡은 방아쇠를 힘껏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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