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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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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잘래?
너의 처음이 나였으면 좋겠어.”

열아홉 살의 마지막 밤,
H읍의 발칙한 소녀 지강희가 물었다.

“내 처음은…… 너야.
그게 언제든.
그러니까 기다린다고, 내가.”

H읍의 순정한 소년 천연수.
십 대의 끝에서 대답했다.

서울이 아닌 곳에서 남은 삶을 저당 잡힐 수 없다.
더디 자라는 아이의 키를 재듯 하루하루 날짜를 지우다
스무 살의 첫날, 강희는 H읍을 탈출했다.
몸속의 수분이 H읍의 지하수가 아니라 염소 가득한 ‘아리수’이길 갈망하면서.
H읍을 떠나온 지 12년.
미세먼지와 매연에 찌든 차도녀는 문득문득 H읍의 머슴애가 그립다.

열아홉 살의 마지막 날로 연수의 세상은 둘로 나뉘어졌다.
강희가 있는 세상과 없는 세상.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강희’와 한평생 살고 싶었다.
버스터미널에서 빈 깡통을 쥐여주고 강희가 서울로 떠나버린 지 12년.
송아지를 치료하다가도, 구제역 백신을 놓다가도 문득문득 강희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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