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ind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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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상태완결

제목Blindness

출판사에피루스
응원5,932정가: 100원
미술실,
그곳에 네가 있었다. 주희재
하얀 캔버스 위에
그녀를 그려 나갔던 순수했던 내 열아홉.
그리고 8년이 지나
스물아홉. 그녀가 내 눈앞에 서있다.
다시 티끌 없이 하얗던 내 마음의 캔버스에
색이 물들기 시작하는데…….”

“딱 걸렸네. 주희재.”

서늘한 음성이 흘러나오는 붉은 입술을 또 멍하니 쳐다보았던가. 그제야 언 듯 굳어있던 그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오랜, 만이야.”

퓨즈가 나간 듯 암전 상태인 머릿속을 고려했을 때, 그나마 가장 그럴 듯한 인사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나마 말을 건넸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깨닫기도 전에 그의 손에 일으켜졌다. 그는 그녀의 팔목을 아프게 부여잡은 채 뒤흔들 기세로 힘을 주어 들어올린다. 마치 레이저라도 쏠 듯 지독하게 사나운 눈빛이 여과 없이 그대로 쏟아졌다. 그래서 알았다. 그 인사가 사실은 아주 잘못된, 아주 못된 인사였다는 걸.

“손님!”

소란에 뛰쳐나온 카페 주인이 그녀의 손목을 아프게 부여잡은 그의 손을 붙들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묻는다.

“괜찮아요?”

괜찮지 않을 리 없었다. 이쯤,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었으니까. 시원하게 뺨을 한 대 얻어맞았어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희재는 카페 주인을 향해 살짝 고개를 까딱했다. 조금 안심이 되는 눈빛이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럼 빠져.”

얼음장보다 더 차가운 말투였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 떨었다. 저런 투의 말을 이 남자에게서 들어본 적 없었다. 그는 항상 눈꼬리를 접고,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해사하게 웃던 남자였다.

“이보세요!”
“빠지라고. 뭣도 모르면서 껴들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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