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란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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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설명
연재상태완결

제목문란뎐

출판사에피루스
응원200정가: 100원
깔아놓은 요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호찬은 서툰 손놀림으로 휴대전화의 자판을 치고 있었다.
“바. 다.”
요새 학원에서 배우는 글자들을 조합해 문란이 가르쳐준 대로 검색 창에 쳐 넣자 수많은 바다에 관한 내용이 떠올랐다.
“오!”
호찬은 이미지를 통해 강릉 유람 가서 보았던 푸른 바다와 똑같은 여러 바다를 보고 감탄했다.
“이것이 진짜 도깨비 방망이로고. 보고자 하는 것을 치기만 하면 번개처럼 보여주니 도깨비 방망이 아니고 무엇일까?”
탄복을 하던 호찬이 배운 대로 손가락을 움직여 나머지 사진들도 구경했다. 그러다 두 눈을 활짝 열었다.
“허! 이 무슨 일인가!”
호찬으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든 것은 바로 비키니를 입은 여자들 사진이었다. 바다와 비키니의 환상적인 궁합을 이해하지 못하는 호찬에게 그것은 춘화나 다름없었다.
“어허! 말세로고, 말세야! 몸은 그렇다 쳐도 어찌 낯을 환히 다 드러내고!”
정신 나간 여자들만의 해괴망측한 짓인 줄 알았건만 한둘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처음 본 것은 그야말로 약과. 넘기면 넘길수록 노출의 정도가 심해졌다.
“어허, 어허! 헉!”
노출의 정도에 비례해 탄식의 소리를 높여가던 호찬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유난히 흰 그의 얼굴에 붉은 꽃물이 확 퍼졌다. 숨도 멈추고 눈동자의 움직임마저 멈춰버린 호찬이 뚫어져라 보고 있는 것은 바다를 배경으로 농염한 육체를 뽐내고 있는 여배우의 누드였다. 다리를 교묘히 꼬아 밀지만 감췄을 뿐 잘 익은 밀 빛 피부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쳐지지 않았다. 풍성하고 탱탱한 젖가슴이며 잘록한 허리에 쭉 뻗은 다리. 호찬이 알고 있는 미인의 조건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지만 다소의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춘화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여인의 몸은 호찬의 자제력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
‘이 추악한 것을 왜 지금도 보고 있는가? 어서 지우거라! 눈에서도, 머릿속에서도 깨끗이!’
양심은 그렇게 외쳤으나 한 번 눈을 떠버린 남성은 그 말을 깨끗이! 무시했다. 눈은 뗄 수가 없고 호흡은 가빠졌다. 그리고 얌전하게 잠들어 있던 몸의 중심부가 피리 소리를 들은 독사처럼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그 모든 본능을 다스리기에 21살 사내의 피는 너무 뜨거웠다.
“흐음!”
뜨거운 콧김을 뿜은 호찬은 꽉 닫힌 방문을 바라보았다. 새벽부터 일을 하는 문란은 일찍 잠이 드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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