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네 집에 갔는데 이모는 없고(증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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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모네 집에 갔는데 이모는 없고(증보판)

출판사가하
응원42정가: 100원
꿈은 어떤 의미에서 사랑과 비슷해. 사랑하기 싫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꿈에서 도망가고 싶다고 해서 도망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나는 수백 번, 수천 번 꿈에서 같은 문을 봐.
결코 열 수 없을 문을.


아찔할 만큼 뜨거웠던 그 해 여름, 열여덟 소년의 인생에 새로운 점을 찍은 ‘욕실의 그녀’. 그 덕에 ‘소년’ 한승준은 ‘작가’ 한승준이 되었고, ‘작가’ 한승준은 ‘베스트셀러 작가’ 한승준이 되었다.
한승준, 필명 단나인, 멈출 수 없는 감정과 젠틀한 집착, 어쩌면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해 쓰는 사람. 아니, 써야만 하는 사람인 그는 지금 그녀를 다시 만난다.
자신의 일상 속에서.


사람은 생각보다 약해. 스스로가 전혀 상처받지 않았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상처는 나고, 피는 흐르고,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선다고.
하물며 나는 그때 열여덟 살이었어. 영혼에 상처가 나기 정말 좋은 시기지.
어쨌든 그 후의 나의 ‘모든 여자’는 그 여자였어. 기억나는 거라곤 피어오르는 수증기 속에 젖어 있던 가는 무릎과 어깨, 그리고 그 어깨를 덮고 있던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검은 머리쯤이었는데도 그랬어. 그 후로 어떤 여자도 그 여자만큼 날 동요시키진 못했으니까.
이게 다야. 하지만 충분하지.
난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모른다는 것만큼 상상하기 좋은 조건은 없잖아.
그렇게 나는 작가가 되었어.
그게 지금의 나야. 조금 독특한 뮤즈를 가지고 있는 작가.
그리고 나는…… 이게 끝일 줄 알았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것이라는 사실을, 내가 어떻게 짐작이나 할 수 있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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