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日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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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일월(日月)

출판사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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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내게 은혜를 잊지 말라고 하지.
말하라.
내게 무엇을 원하는지.
네게 진 빚을 갚으려면 무엇을 해줘야 하느냐.


그저 정혼자의 현모양처가 되고 싶었던 채연.
가족을 위해 공녀가 되고 이국땅에 와서도
조용히 살고 싶은 그녀의 소망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앞에 나타난 두 남자는 그녀의 운명을 비틀어 놓고,
사랑과 증오, 배신감과 상처로 얼룩진 인연은
세 사람을 거대한 정변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어 가는데…….


「그런데 여인이 어째서 이 먼 곳까지 오게 된 거냐?」
「공녀로 선발되었습니다.」
사내의 날카로운 시선에 그녀에게 꽂히는 것이 느껴졌다.
「공녀라……. 이씨 왕가에 원한이 깊은 모양이구나. 왕조가 바뀌는 와중에 네 가족이 화를 크게 입은 모양이지?」
감정을 지운다고 했지만 부족했던 모양이었다. 놀란 숨소리를 삼켰지만 밤 고양이처럼 예민한 사내의 귀는 그것 역시 놓치지 않았다.
「역시 그랬군. 그런데 넌 죽었다 깨어나기 전에는 원수를 갚지 못할 것 같다. 복수란 상대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 낼 때까지는 귀신에게도 그 속을 드러내지 않아야만 가능한 일인데 이리 쉽게 속내를 들키니. 쯧쯧. 글렀구나.」
어둠 속에서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게 희미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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