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널 기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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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내가 널 기억할게

출판사사막여우
응원4,077정가: 100원
6월의 밤이었다.

오래된 세탁실, 빛이라고는 높이 달린 좁은 창을 통해 스며드는 달빛이 유일했지만 고요하고 따뜻했다.

아이는 어둠이 아닌 달빛 아래 있었다.

‘두고 봐. 반드시 네 오빠가 되어 줄 테니까.’

그날 밤, 믿을 거라고는 서로밖에 없었던 두 아이는 서로의 가족이 되어 주기로 약속했지만,
서하는 그 기억을 잃어버렸고 소혜는 그 기억 속에 혼자 남겨졌다.

“또 만났네요.”

20년 만에 만난 그가 말했다. 또 만나다니. 설마 날 알아보는 건가? 가능성이 전혀 없는 희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소혜는 기대에 찬 눈으로 물었다.

“누구, 시죠?”

대답 대신 손을 뻗은 서하가 앞에 있는 테이블을 스윽 쓸어냈다. 마치 그 테이블이 제 얼굴이라도 되는 것 같아서 소혜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 모습을 고스란히 눈에 담은 그의 입술이 보기 좋게 기울었다.

“이 테이블을 만든 여자에게 관심이 아주 많은 남자?”

똑같은 6월을 스무 번 반복한 오늘, 넓은 통창으로 가득 밀려든 따뜻한 아침 햇살이 그날의 달빛처럼 마주 선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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